6회 | 어라연 작가 특별초대 '전각 새김전'



작가노트 : 전각 새김전을 열며
전각(篆刻)은 인간이 직접 보고 느낀 천문(天文)ㆍ지리(地理)ㆍ인사(人事)의 상(象)을 방촌(方寸)의 세계에 아로새겨 담아내는 새김의 예술이다. 감양은 『인장집설(印章集說)』에서“도법(刀法)이란 칼을 운용하는 방법이니 마땅히 마음과 손이 상응해야 각각 그 묘함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창작과정에서 칼의 운용, 즉 새김은 작품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마음이 생각하는 것을 손이 따를 때 창작주체의 심미세계가 대상에 이입됨으로써 가시적인 형태로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마음의 소리로 짓고, 서예는 마음의 사의(寫意)로 쓰고, 회화는 마음의 의경(意境)으로 그리는 예술이라면, 전각은 문자화된 상을 회화적 구도로 포치(布置)하며 마음의 도취(刀趣)로 새기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전시는 ‘전각새김이란’ 주제로 하여 두 가지 측면의 표현을 하나로 연결 지어 봤다.
첫째는 원리적 측면의 표현이다. <훈민정음해례> 작품은 한글 창제의 원리와 상징체계인 천문ㆍ지리ㆍ인사의 상(象)을 돌에 새겨 넣은 것이다. 이는 전각의 형상이 천지자연의 모습과 그 이치를 표상한다는 점에서 예술로 확장할 수 있는 원리적 측면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하도(河圖) 장생도(長生圖)>와 <낙서(洛書) 장생도(長生圖)> 작품은 하도와 낙서의 상징적 구도를 장생에 해당하는 문자로 새기고 찍고 다시 굽고 재구성한 것이다. 하도와 낙서는 바로 그림과 글자의 근본은 자연에서 나온 것으로 전각의 도 역시 이와 한 가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자 했다.
<창조>ㆍ<부활> 등 몇 작품들은 우주의 변화와 생명의 원리를 회화적으로 표현해 본 것이다. 하늘과 땅ㆍ새와 물고기ㆍ해와 산 등의 모습들은 자연 속에서 낳고 낳는 생명을 뜻을 의미한다.
둘째는 조형적 측면의 표현이다. <한글 108> 작품은 짧게 쓴 시 속에 세상만사가 그려져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새김의 조형미로 재탄생시켰다. 그 형태는 비록 조탁(彫琢)하여 만들어 낸 것이지만, 시 속에 담겨진 의미와 작가의 정신세계가 돌에 하나씩 하나씩 모두 새겨짐으로써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활물(活物)로 남겨졌다.
<여름>ㆍ<땀> 등 몇 작품들은 전각의 자법(字法)ㆍ장법(章法)ㆍ도법(刀法)을 조형적으로 극대화 시킨 것이다. 그것은 한글을 회화적으로 변형시키고 다시 디자인ㆍ조각ㆍ공예적 측면까지 확대시켜 본 것이다. 이러한 실험과정을 통해 전각의 예술적 변화가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는 기쁨과 희망을 얻었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람이 있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전시“전각새김전”을 초대해 주신 빛된 소리 글로벌예술협회에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드린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중한 분들과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2018년 11월 인사동에서
어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