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 어라연전각미학전
작가노트
전각은 예로부터 방촌方寸의 예술이란 말로 통용되어 왔다. 그것은 한정된 공간속에 천지자연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고자 하는 소천지小天地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각속에 소천지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한동안 고민을 했다. 결국 그 실마리를 전각 고유의 음각陰刻, 양각陽刻에서 찾게 되었다.
돌에 칼로 새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요철凹凸부분은 음과 양이 된다. 그래서 나는 전각의 음양관계를 각종 문자, 기호, 문양 등을 이용하여 고대 동아시아 철학과 연계해보았따. 본작품인 천지인天地人, 64괘卦 도상圖象, 훈민정음해례와 하도河圖적 구조, 전각의 낙서洛書적 구조 등은 바로 천지자연의 순환구조와 상징체계라고 볼 수 있다.
전각작품에 표현된 것은 여러 철학적 의미와 함께 다양한 시각적 미감을 나타낸다. 그것은 전각의 조형상이 객관적 사물의 실체의 형식이면서 그 존재의 현상이기도하기 때문이다. 또 전각의 심미의식은 직관 혹은 감성 기초상의 선험적인 것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사물에 대한 시각이나 촉각 등의 감각 기관에 의해서 지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사유하는 관념과 달리 기법과 창작과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며 못내 아쉬움을 다음으로 기약해 보고자 한다.
2012년 1월 7일
낙원동에서 어라연